본문으로 바로가기

나를 잘 돌보는 것에 대하여

category daily 2019. 9. 14. 21:20

  오늘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이다. 강단이 있고, 무언가를 좋아하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몇 시간 동안 얘기했고, 사실 얘기하지 않아도 너무 편하고 좋아하는 친구. 오랜만에 봐도 너무 좋다. 11월에 꼭 다시 보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내가 좀더 업 텐션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오늘 목 쉴 때까지 얘기해서 좋아.

  사실 최근 너무나 무기력해서 약속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늘어져 있었는데, 이럴 때일수록 일어나서 뭐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내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한 바로는 내 무기력함의 이유는 우울이고, 이 우울의 이유는 취업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너무 신경쓰지 말라는 말과 하루빨리 취업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번갈아 가면서 하고, 나 역시 스스로에게 좀 마음가짐을 여유롭게 해도 괜찮다는 말과 그래도 뭔가 해야 해! 라는 말을 동시에 한다. 그러다 보니 쉽게 피로해진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에 더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지속적으로 들 때 (특히 하루의 시작에) 는 일어나서 뭐라도 하려고 한다. 밖에 나가서 하늘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맑아진다.

  그리고 하루를 시작할 때나 그 전날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 원래 나는 플래너를 항상 가지고 다니던 사람인데.... 방학 때는 할 일이 마구마구 몰아치다 보니 계획은 사라지고 당장의 할 일에 급급했던 것 같다. 예전에 구글의 스프린터 전략을 인상깊게 봤었는데, 어떠한 시간을 정해두고 이때까지는 이걸 끝내야지 하는 건 정말 일의 능률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장기적인 능률에 도움이 되는 것은 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을 두는 일인 것 같다. 물론 완전히 끊을 수는 없다. 불안도 있고, 풀지 못한 코딩테스트 문제의 경우에는 밥을 먹을 때도 자꾸 머릿속에 떠다닌다. 아니면 아직 쓰는 중인 자소서나....

  그렇다고 해서 그 생각들에 매여 있으면 쉴 때도 온전히 쉬지 못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문제가 된다. 오늘 내가 어떤 일들을 계획한 대로 해냈다고 해도 그 다음날 능률이 완전히 최악이 된다. 그 다음날은 괜찮더라도 그 다음주의 나에게 어떻게든 영향이 온다. 물론 계속해서, 48시간을 그 생각에 몰두해 있는 것이 능률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나는 특정 시간 동안 명확히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시간 동안은 최대한 그 업무에서 멀어져 있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또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쉬고 난 후에 그 task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면 조금쯤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되고, 그럼 풀리지 않던 문제가 풀린다! 그럴 때 정말 기분이 좋다.

  이렇게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면서 내가 무기력했던 이유를 좀더 구체화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취업 때문이라기보다는, 취업에 대한 불안감을 항상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불안감을 없앨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나를 좀더 돌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래주지 않고, 그렇게 해서는 초장부터 지치기 마련인 것 같다. 그래서 하루에 단 몇십분씩이라도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다시 펴기로 했다. 내가 사랑하는 한국문학 읽기, 넷플릭스 보기 같은 것들.... 요즘은 삼시세끼 산촌편과 퀸덤을 보고 있다.

  할 일을 정리해두기, 그 날의 일을 계획하기, 나의 삶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나를 좀더 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