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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

category 리뷰 2019. 11. 27. 17:51

 보기 전부터 메가박스 MX 관에서 봐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노래가 많이 나오니까! 예전에 <너의 이름은>을 이 관에서 봤었는데, 그때는 친구에게서 시사회 티켓을 받아 보러 갔던 거였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영화 시작 직전에 갑자기 사운드 자랑을 엄청 열심히 해서 웃기기도 하고, 들뜨기도 했다. 와… 사운드 정말 좋기는 좋네. 이런 생각도 들었다. 3D나 아이맥스 영화는 영화를 찍을 때부터 다르게 찍는 것처럼 이런 관에서 상영하기 위해서 사운드도 다르게 찍어야 한다거나 그런 건가?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저녁에 본 영화라 아이들이 많았다. 엘사 코스튬을 입은 아이들도 있었는데 정말 귀여웠다.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와서 겨울왕국 2를 보러 왔다고 했더니 엄마가 웃으면서 그거 애들이 보는 영화 아니냐고 그랬다. 어른도 볼 수 있게 만들었으니까 보러 왔다고 억울하게 말했다. 애들이 보는 영화니까, 애들이 좀 시끄럽게 굴 수도 있다. 그런 것에 화 내면 안돼. 라는 각오 아닌 각오를 하고 보러 왔는데 전혀 시끄럽지 않았다. 관이 그렇게 많았고, 애들도 정말 많았는데…. 영화는 정말, 정말 좋았다.

 우선 노래는 안나의 노래가 너무 슬프고 좋았다. (다른 얘긴데 안나 목소리 나올 때마다 크리스틴 벨이 계속 겹쳐 보여서 너무 귀엽고…) The Next Right Thing ([Kristen Bell - The Next Right Thing (From “Frozen 2”/Audio Only) - YouTube](https://www.youtube.com/watch?v=DZ8fR95mYO8)) 너무 용감하고 귀여운 안나…. 반면 제일 좋았던 장면은 엘사가 돋움닫기를 하고 바다로 뛰어들어서 말에 고삐를 걸어 달려가는 씬…ㅠㅠ 마지막 장면에서 석양이 지는 와중에 말을 타고 나아가는 장면도 정말 좋았다….

 한편 이 영화를 만든 그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 크리스토퍼의 사랑…중간에 어떻게 프러포즈할지에 관해 노래하는 장면에서 전주가 나올 때부터 웃겼다. (극장 여기저기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 걸 보니, 적어도 나만 웃긴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씬이 나온 후부터 크리스토퍼는 잊혀지고 이후로는 안나와 엘사의 “진정한 사랑” 이야기가 계속된다. 시즌 1에서 엘사가 안나의 심장을 녹였던 것처럼, 이번에는 안나가 엘사의 심장을 녹인다. 그리고 둘은 “진정한 사랑”이라는 이름의 유대감으로 이어져서 양쪽 세상을 다스리게 된다. (여기까지 크리스토퍼는 거의 잊혀짐)

 침대에 머리만 대면 잠들어버리는 안나가 과연 아렌델 왕국을 잘 다스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다가도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비록 선조가 한 잘못이라도, 그 잘못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 위험을 무릅쓰고 댐을 부수는 안나를 생각하면 모자랄 것도 없지 하는 생각도 든다. 엘사는 괜찮을 것이다. 귀여운 도마뱀이랑, 가끔씩 날라오는 안나의 초대장이 있으니까.

 이 영화는 엘사나 안나 둘 중 하나의 ‘영웅담’이 아니다. 아무 힘을 가지지 않은 안나 혼자서도 세상을 바꿀 수 없지만, 특별한 힘을 가진 엘사 역시 혼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굳이 세상을 구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혼자서 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우리는 많은 사람의 조언과 유대감 속에서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는 것에 더 가까울 것이다.

 함께 무언가를 이뤄내려고 하다 보면 종종 의견이 충돌하기도 한다. 이건 당연한 일이다. 다른 사람이니까, 다른 생각을 가진다. 때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서로를 위하기 때문에 싸우기도 한다. 그 ‘충돌’ 자체에 너무 감정을 쏟지 않고, 어째서 이런 충돌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낫다. 서로 미워해서 싸운 게 아닌데 고작 말다툼만으로 미워하게 될 수는 없다. 우리는 함께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까, 대화하고, 같이 해내면 된다. 다리가 한쪽만 존재한다면 금방 무너질 것이다. 양쪽 끝이 있기 때문에 견고하게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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